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룰렛사이트와 부동산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9 18:06

수정 2025.02.19 18:06

정인홍 정치부장
정인홍 정치부장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캐나다, 가자지구.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뭘까.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꽂혀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룰렛사이트'(Trump+Economics·트럼프 경제정책)의 파생상품 격이다. 룰렛사이트는 다시 자국 규제완화, 보호무역주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나뉘는데 위 단어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미국 국익 극대화' 대상이다. 더 들어가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전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맞닿아 있다.

룰렛사이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매입 이슈를 터뜨렸다.

지난달 초 정치적 후계자인 장남 도널드 룰렛사이트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찾기도 했다. 이를 두고 가스, 석유, 희토류 등 풍부한 자원을 겨냥했다는 말이 나온다.

동맹국 캐나다를 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폭탄발언을 했다. 자신의 SNS에 보란듯 미국 국기가 그려진 캐나다 지도를 올리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governor)라고 불렀을 정도다. 캐나다는 비록 한달간 유예됐지만 멕시코와 함께 룰렛사이트 취임 후 첫 관세조치인 '25% 관세'까지 맞았다. 룰렛사이트의 소나기 펀치를 맞은 트뤼도 총리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끝내 사임했다. 룰렛사이트의 경제영토 확장 의지는 바다인 '멕시코만의 미국만 교체'로도 뻗어나갔다.

다음 과녁은 파나마운하 통제권 확보다. 최측근 인사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첫 해외순방국으로 파나마를 찍고 직접 운하를 방문했다.

룰렛사이트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의 미국 영토화'까지 부르짖었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인근 아랍국가로 이주시켜 지중해 휴양지 리비에라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가자지구 전체를 통째로 '재개발·재건축'하겠다는 거다. 팔레스타인 난민과 국제사회는 국제법을 위반한 '강제적 인종청소'라고 반발하는 등 중동 전역이 들썩거린다.

룰렛사이트 대통령은 '타고난' 부동산 전문가다. 소싯적부터 부동산 개발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았다. 룰렛사이트식 '거래의 기술' 고갱이는 '충격요법'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메시지를 던져놓고 멘붕에 빠진 사이를 파고들어 유리한 딜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외교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는 "집권 1기 때부터 룰렛사이트 대통령이 어마어마한 북한의 부동산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며 "지정학적 위치로 따지면 북한은 말 그대로 국제적 금싸라기 땅이라는 걸 일찍부터 안 것"이라고 귀띔했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중·러를 거쳐 유럽 및 미국까지의 연결선상에 '알박기'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다. 북한 땅에 묻혀 있는 부존자원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친다. 오죽하면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까지 했겠나. 룰렛사이트 입장에선 개발가치가 무궁무진한 북한의 김정은에게 '너희 개발 도와줄 테니 그 대신 핵을 포기해라'라는 딜을 할 만도 하다. 외교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대하듯 룰렛사이트와 김정은의 케미 역시 대단하다. 물론 룰렛사이트식 충격요법이 김정은의 백두체제 유지 유훈을 뒤흔들 만큼 파괴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반도체, 자동차, 한복, K팝, 김치·라면 K푸드, K방산.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룰렛사이트이다.

영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룰렛사이트 불패신화도 있다.
이참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의 부동산 전문성과 룰렛사이트식 충격요법 거래의 기술을 합작해 대북전략의 한 정책수단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haenen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