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업과 옛 신문광고] 배추밭에 지은 강남브랜드토토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20 18:12

수정 2025.02.20 18:12

[기업과 옛 신문광고] 배추밭에 지은 강남브랜드토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강남고속버스브랜드토토의 정식 이름은 서울고속버스브랜드토토이다. 서울의 다른 브랜드토토과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도 강남브랜드토토로 부른다. 1976년 완공된 이 브랜드토토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지은 지 44년이 된 이 브랜드토토이 재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소유주인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최근 서울시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서울미래유산은 법적인 보존 문화재가 아니어서 재개발할 수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의 일부 건축물을 미래유산으로 보존키로 해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서울 개포주공1단지의 아파트 한 동을 허물지 않고 놓아 둔 것이 사례다. 시장이 바뀌고서야 기이하게 남긴 건물이 해체됐다.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 서울과 지방을 운행하는 고속버스들의 브랜드토토은 버스 회사마다 따로 두어 서울 강북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이를 서울역 맞은편 옛 세브란스병원 자리와 그 바로 앞의 중구 봉래동, 동대문 세곳으로 1972년에 합쳤다. 남산1호터널을 넘어 강북 도심으로 진입하는 고속버스들이 늘면서 교통혼잡을 유발하자 통합 브랜드토토의 필요성이 커졌다.

서울시가 그때만 해도 변두리 배추밭이었던 반포동에 5만평의 부지를 확보해 브랜드토토을 지을 계획을 세운 것은 1975년이었다. 서울 중심부로 연결되는 남산3호터널과 한강의 열번째 다리인 잠수교를 뚫을 계획도 마련됐다. 잠수교는 1975년 9월 착공되어 이듬해 7월 개통했고, 브랜드토토은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3호터널은 1978년 5월 개통됐는데 그전까지 잠수교를 건너 강북으로 들어오려면 남산순환도로를 돌아야 했다. 잠수교 위의 반포대교는 1982년 완공됐다.

초기의 강남브랜드토토은 임시 대합실만 갖춘 부분개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반포동 일대는 허허벌판이었다. 대부분 강북에 살던 승객들은 버스나 택시를 타고 한강을 건너 브랜드토토로 가야 했기에 불편이 컸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승객도 마찬가지였다. 브랜드토토까지 가는 택시 비용이 지방으로 가는 고속버스 요금과 맞먹는다고 승객은 물론 고속버스 회사들도 불만스러워했다. 대부분의 고속버스들은 강남으로 이전하지 않고 강북의 브랜드토토을 그대로 썼다.

브랜드토토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강남 개발의 속도는 빨라졌다. 반포동과 브랜드토토 앞 잠원동은 강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요지로 떠올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섰다. 현재의 브랜드토토 건물은 1981년에 완공됐다(동아일보 1981년 10월 14일·사진). 당시만 해도 동양 최대 규모의 종합브랜드토토이었다. 승차장과 하차장을 분리하고 입체도로를 만들어 3층에서도 고속버스를 탈 수 있도록 설계했다. 68도로 경사진 기둥이 싸고 있는 브랜드토토의 외관은 독특하다. 지금은 흉물스러워 보이지만 처음에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속브랜드토토을 언급하면서 율산을 빼놓을 수 없다. 1975년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신선호가 자본금 500만원으로 세운 율산실업은 4년 만에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라갔다. 김우중의 대우와 닮은꼴이다. 율산은 1977년 고속버스브랜드토토 부지 1만8700여평을 서울시로부터 사들였다. 서울시의 평당 매입가는 1만8000원이었는데 율산에는 8만3000원에 팔아 서울시가 폭리를 취했다고 언론들은 비판했다. 율산 또한 헐값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선호는 이 땅에 20층짜리 시외버스브랜드토토을 지으려 했으나 율산이 부도로 쓰러지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 후 이 땅은 2층짜리 가건물이 들어서 호남선 브랜드토토로 이용됐다. 신선호는 이 땅만큼은 끝까지 지키다 1994년 '센트럴시티'를 짓기 시작해 2000년 준공, 회장직에 오르며 재기하는 듯했다.
그러나 채무가 많아 지분의 절반을 2002년 애경그룹에 팔았고 다시 신세계로 넘어갔다. 신세계는 현재 서울고속버스브랜드토토 지분 70.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선호도 지분을 갖고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